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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속, 기다림의 봄 향기와 아늑한 휴식 공간 케렌시아(Querencia)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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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속, 기다림의 봄 향기와 아늑한 휴식 공간 케렌시아(Querencia) 정원
  • 교육3.0뉴스
  • 승인 2020.12.1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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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 (서울 중랑 교육발전협의회장, 학교법인 송곡학원 이사장, 사단법인 좋은 교육협의회 이사 겸 회장, 세종로국정포럼 서울 중랑 교육발전위원장, 한국교육학회 종신(終身) 정회원, 칼럼니스트, 대한교육신문 논설주간)
홍순철 (서울 중랑 교육발전협의회장, 학교법인 송곡학원 이사장, 사단법인 좋은 교육협의회 이사 겸 회장, 세종로국정포럼 서울 중랑 교육발전위원장, 한국교육학회 종신(終身) 정회원, 칼럼니스트, 대한교육신문 논설주간)

 엊그제 아내가 갑자기 토분을 사러 가잔다. 마스크 두 겹으로 쓰고 목도리 두르고 두터운 외투 입고 완전무장하고 가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거기 가면 토분을 하늘 높이 쌓아 올려놔서 행여 둔 한 옷차림에 건들기라도 하면 와르르 쏟아질지도 몰라. 조심해야 해. 그러면서 웃는다. 

 웬 토분. 율마를 길러야 한단다. 율마가 뭔데. “요즘은 토분이 추세인가 봐. 어쨌든 나무한텐 좋아, 통풍이 잘되니까... 화분 겉칠하고 무늬 그려서 굽고 하면 아무래도 통풍 어렵지, 엄마(나에겐 장모님)가 잘 길러 놨는데, 3(00) 호(여긴 우리 집)에서 해가 안 들어와 많이 죽였어. 걔네는 햇볕이 생명인데...” 조곤조곤 얘기를 꺼낸다. 그렇다. 집에서 기르는 그 율마를 모르다니, 너무 무심했는가 보다. 

 "엄마 집에서는 해가 잘 들어 나무들이 아주 많이 신났는데…." 코로나 19시대 우리에게도 탁 트인 마음으로 신나는 일이 생겼으면 좋을 텐데…. 

 평소 눈이 좋지 않아 TV를 거의 안 보던 아내가 요즘 시간만 나면 TV 유튜브에서 꽃 기르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노모의 병치레에 너무 고생만 시킨 아내가 정말 오랜만에 토분 얘기며, 율마 얘기를 꺼내 평소 꽃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의외의 말이 나와 너무 기쁘고, 더 미안하다. 

 뭐랄까. 토분은 알겠는데 율마는 너무 생소한 이름이다. 힌트를 준다. '엊그제 좋은 화분만 골라 왔는데…. 지금 삽목. 뿌리내리고 있는 중…. 우리 집에서 많이 봤을 텐데.' 슬그머니 베란다로 들어갔다. 그래도 눈치 없게 아직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너무 무뎠는가, 한심하다. 이럴 때 칭찬 좀 받을 수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급하게 찾아봤다. 맞다, 베란다에서 본 듯한 그 식물, 바로 그게 '율마' 였다. 그러고 보니 야외카페에서도 많이 봤었지….

 율마는 길쭉한 자태에 연둣빛을 띠고 레몬이 가미된 허브향이 매력적이다. 실제 그랬다. 아내가 하자는 대로 "아이 예뻐" 하면서 두 손으로 위를 향해  쓰다듬어 올리니 일반 잎과는 다른 감촉이 손끝으로 느껴지며 싱그러운 허브 레몬 향이 코끝에 진하게 전해 온다. 

 "윗부분을 동그랗게 만들어야지, 핫도그 모양으로 만들까. 난, 율마가 서구적이라 멋있어." 아내는 즐겁게 웃는다. 

 실내 공기 정화는 물론 허브과 식물인 만큼 맑고 시원한 향을 뿜어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될 것이다. 율마의 꽃말은 '성실함'과 '침착함'이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실내에 장식하면 좋다. 

 식물을 돌보는 시간만큼은 복잡하고 조급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율마의 싱그러운 향을 맡고 푸르른 잎을 즐기며 평온한 시간을 즐겼으면 한다. 

아내는 또 말을 잇는다. 그러면서 언제 찍었는지 카톡을 보낸다. '내가 예뻐하는 필레아페페, 이파리가 동그래, 외목대 줄기에 매달려있는데 귀엽고 앙증맞아. 세 군데로 새끼가 올라와 자기와 같은 형태로. 쪼끄마해, 확대해봐.' 모체 옆으로 자그마한 자구(새로운 포기)들이 쑥 고개를 내민 모습이 보인다. 좀 더 자라면, 자구들을 분갈이와 포기나누기(자구 분리)를 해 주어야겠다. 

 인터넷에서는 잎에 수분이 많아 미세먼지 흡착, 전자파를 제거하는 능력이 있으며 낮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밤에는 산소를 내보내는 공기 정화와 부를 상징하는 참으로 여러모로 매력 품 넘치는 이쁜 반려 식물이란다. 더 미안하다. 계속 보낸 카톡 속엔 '제라늄(페라고늄), 빨간 건 장미 베고니아, 꽃 명이 영원한 행복인 벵갈 고무나무, 토분에는 율마, 덴마크 무궁화....' 아! 우리 집에 꽃, 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아내가 바쁘게 움직인다. 방송에서는 자막으로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다는 한파주의보가 떴다. 겨울나기 보온 위해 뽁뽁이로 나무를 폭 싸 주어야 한단다. 내가 보기엔 아내가 어느새 전문가답게 보인다. 아내의 그 예쁜 모습이 오히려 나 자신을 감성에 더 취하게 만든다. 아내는 꽃, 나무가 나보다 더 친한가 보다. 무척 샘이 난다.  

 슬그머니 아내 옆에 앉았다. 한동안 어느 주부의 꽃 기르기를 함께 시청했다. 베란다 속의 활짝 핀 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식물들이 말한다. 좋아서 잘 기르고, 잘 길러서 더 좋아지는 내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그들의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싶단다. 난, 틈만 나면 뉴스 바라보기였으니까 이제라도 꽃 바라기로 옮겨야겠다. 

 요즘같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때 초록색으로 덮인 식물을 보며 가꿔주는 소소한 취미 생활이 힘이 된다. 오늘부터는 우리 집 베란다는 언제나 봄이다. 독자들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 그런 그 지겨운 시절은 잊자. 시간과 세월의 사이에서 "희망과 행복도 내가 불러야 온다." 저마다의 집 베란다에서 환한 봄을 키우는 초록으로 물든 아늑한 휴식 공간 케렌시아(Querencia)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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