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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효(不孝), 그리고 불효자의 효도(孝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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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효(不孝), 그리고 불효자의 효도(孝道)
  • 교육3.0뉴스
  • 승인 2020.09.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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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의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불효의 근원인 무관심(無關心)을 버리면 된다.
효도의 길 반의지희(斑衣之戲), 혼정신성(昏定晨省) 구로지은(劬勞之恩), 구로지감(劬勞之感)의 때늦은 후회
홍순철(서울 중랑교육발전협의회장, 학교법인 송곡 학원 이사장, 사단법인 좋은 교육협의회 이사 겸 회장, 세종로국정포럼 서울 중랑교육발전위원장, 칼럼니스트, 교육 언론인)
홍순철(서울 중랑교육발전협의회장, 학교법인 송곡 학원 이사장, 사단법인 좋은 교육협의회 이사 겸 회장, 세종로국정포럼 서울 중랑교육발전위원장, 칼럼니스트, 교육 언론인)

반의지희(斑衣之戲)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때때옷을 입고 부모 앞에서 논다.’는 뜻으로 늙어서도 부모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자 하는 지극한 효성을 가리키는 이 이야기는 당(唐) 나라 중기 문인 이한(李瀚)이 지은 책 ‘몽구(蒙求)’의 ‘고 사전(高士傳)’에 나온 말이다. 

 중국(中國)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초(楚) 나라의 현인(賢人)으로 효심이 지극한 노래자(老萊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흔 살의 백발노인이 되었어도 그의 부모는 그의 효성 덕분으로 살아 계셨다. 그는  행여나 부모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늘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를 입고 어린아이처럼 재롱을 피우기도 하였다. 이런 아들의 재롱을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지내니 부모는 자신의 나이를 알려고 하지 않고 잊고 지냈다. 또한 그도 자신의 나이를 부모님에게 알려 드리지도 않았다. 또 하루 세끼  음식을 손수 갖다 드리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엎드려 기다렸으며, 물을 들고  마루에 오르다 일부러 넘어져 마룻바닥에 뒹굴면서 엉엉 울기도 했다. 이를 본 주위 사람들은 그의 극진한 효성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다 한다. 

 일찍이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천하의 모든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가 주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의미이다. 

 필자도 구순(九旬)을 훨씬 넘긴 노모를 모시고 있다. 해가 갈수록 두 다리의 살과 근육이 빠져나가, 마치 스위스의 조각가 자코메티가 많이 제작한 철사와 같이 가늘고 긴 조상(彫像)과 같이 많이 야위어 가신다. 그래도 아파트 주변을 돌다 벤치에 앉아 장미꽃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보이면 나에겐 그게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리에 힘이 없고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시더니, 일어나며 자꾸 주저앉으시며 엉덩방아를 찌신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그냥 파스 바르면 곧 낳는다고, 괜찮다고만 하신다. 궁금하여 방에 들렸더니 간혹 ‘아야’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갑자기 ‘쿵’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화장실 문턱에 옴짝달싹 못 한 채 그대로 누워계신다. 긴 치마를 올리다가 균형을 못 잡고 그대로 넘어지셨다 하면서도 스스로 일어나시지를 못한다. 부축해 일으키려 해도 자꾸 주저앉으시고 움직임이 없다. 

만에 하나, 어머니의 낙상(落傷)이 돌이킬 수 없는 중상(重傷)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여 내 몸이 옹송그려지고 털끝이 쭈뼛해질 정도로  아주 오싹 소름이 끼치고 겁이 난다.  

 너무 놀라 119를 불렀다. 급한 대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알아봤으나 코로나 19로 응급실도 여의치 않다.  가까스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 병원 응급실 바로 옆에는 선별 진료소, 음압 병실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 응급실 출입부터 손 소독, 열 체크를 거쳐 바로 진료가 진행된다. 문진과 X-RAY  촬영, 여러 검사를 거쳐 입원환자로 분류되어 곧바로 입원 조치한다. 가족 한 명은 옆에 지키며 병간호를 해야 한다며 병실로 입실하려면 반드시 코로나 19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단다. 외부 병간호 요원의 도움도 받기 힘들다. 코로나 19가 빚은 병원 풍경이다. 넘어지면서 뼈 몇 곳이 으스러져 수술해야 하지만 나이가 많아 수술도 어렵단다. 게다가 여러 치료를 병합도 해야 한단다. 

장기간 입원 후, 결국 퇴원 조치, 참 난감하다. 외아들로서는 걷지 못하고 대소변을 가려 줘야 하는 일이 제일 큰일이다.  

 주변의 권유와 여러 곳을 수소문하여 가까스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코로나 19 방역 지침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 필증과  폐결핵 등 전염병 무관 진료 확인서 등도 필요하단다.  이곳에 입원 수속을 끝내고도 나올 때는 어머님께 인사마저도 못 드리고 왔다. 

오늘따라 태풍 하이 선(HAISHEN) 영향으로 비가 엄청나게 온다. 늘 함께 지냈던 어머님을 두고 전철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연금 생활자인 필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노인 요양 인정 신청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친절히 안내해 주는 요양병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센터에 감사할 뿐이다. 

 혼정신성(昏定晨省), `예기(禮記)`의 `곡례 편(曲禮篇)`에 나오는 말이다. `저녁에는 잠자리를 봐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問安)을 드린다.`는 뜻으로 자식이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안부(安否)를 물어서 살핌을 비유한다. 그런데 불효자인 나는 이제 노인병원에 가 계신 노모를 직접 볼 수 없어 혼정신성(昏定晨省)을 할 수가 없다.  늘 어머니에게 듣던 말씀, 얘야 밥 먹어야지, 하루도 빠짐없이 달걀 프라이해 주겠다고 가스레인지 켜놓고 있다가 주방 다 태워도 이 못난 자식새끼  손수 달걀부침이라도 해 주겠다고 벽면 잡고 천천히 힘들게 그 아픈 몸을 끌고 걸음 옮기며  주방까지 가셨던 모습이 선한데,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자기를 낳아 기른 어버이의 은혜, 고생하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의 사랑을 구로지은(勞之恩)이라 하고,  자기를 낳아 기른 어버이의 은덕을 생각하는 마음을 구로지감(劬勞之感)이라 한다. 구로(劬勞)는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의 ‘요아(蓼莪)’라는 시의 “슬프고 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느라 몹시 수고하셨도다(哀哀父母 生我劬勞)”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이 시는 부모에 대한 봉양을 다 하지 못한 자식의 애달픔을 그린 것으로 '구로'는 부모의 고생스러움을 뜻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옛 편지 낱말 사전’, 옛 편지에 쓰인 7,600여 개 표제어를 수록한 한자어 해설 사전이다. 고려 말 정몽주(鄭夢周)의 간찰부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옥중 서한까지 담긴  최초의 간찰 용어 사전에  그렇게 풀이하고 있다.  

 부모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한 행위가 곧 효, 또는 효행(孝行)이다. 이 효 사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가장 으뜸 되는 덕목으로 중시되었다. 즉 ‘효는 백행 지본(百行之本)’이라 하여 부모를 봉양하고, 공경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제 필자는 코로나 19로 요양병원 면회 금지 방역 지침에 따라 당분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님과  유일하게 핸드폰 동영상으로 문안 인사드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효(孝)가 되었다. 지금껏 깨우치지 못했던 불효(不孝)를 두고두고 후회(後悔)할 일들만 남았다. '애끓는 효심(孝心)' ,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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